Interview
나만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일상 : 이정미
LEE JUNGMI
Hogeun-Dong, Seogwipo-si, Jeju-do
a6f6f0d5790ecaf25253beebd3050ca4_1669632980_8596.png


언디스코가 만난 다섯 번째 이야기. 제주도에서의 일상을 그려내는 농부의 아내이자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 이정미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제주도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나요?
제주는 지금이 두 번째인데요. 2001년도에 와서 한 2년 반 살다가 이후 10년 동안은 육지에 있었고요. 이번에 다시 와서 살게 된 게 10년째 되는 것 같아요.

그림과의 인연은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시작했어요.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었는데 피아노를 먼저 시작하게 됐어요. 피아노가 너무너무 하기 싫더라고요. 근데 그림은 좋았어요. 어려서부터 맨날 종이 인형 같은 걸 만들고 노트에 그림 그려가면서요. 나중에 스무 살 넘어서는 그런 식으로 옷도 해 입고요. 어쨌건 그렇게 그림을 되게 좋아했죠. 그렇게 좋아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이후에는 미술 대학을 갔고 돈을 벌고 싶어서 직장을 다녔죠.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을 그렸어요. 제주도로 와서도 그런 게 쭉 이어졌죠. 남편이 그림을 그리니까 옆에서 같이 그리기 시작했어요. 

어떤 그림을 추구하면서 그리고 계신가요?
자연스러운 걸 그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남편이 등긁개로 등을 긁는 모습, 아니면 집에 개나 고양이하고 아이들이 교감하는 그런 모습들 있잖아요.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 또 밭에 농사를 하니까 벌들이 많고 또 거미가 많아요. 그런 장면은 여기서 실제로 살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하죠. 여기서 나만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걸 그리는 게 저는 재밌어요.

그림을 그리실 때 특별히 사용하는 기법이나 방법이 있나요?
저는 동양화 기법으로 계속 그리고 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제게 알려준 게 있어요. 그림이라는 것은 동양화, 서양화가 아니라 네가 표현하고 싶은 모습을 너의 방법대로 그려내는 것이라고 말해줬죠. 다른 게 그런 그림이 제 그림이 된다는 남편의 말이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어요. 입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배운 것에서는 터치나 물 번짐 이런 게 굉장히 기술이나 테크닉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여서 제가 범접할 수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태양 위치에 따른 빛과 그림자를 생각하고 그걸 그리는 게 굉장히 어렵기도 했고요. 남편이 네가 보이는 대로 표현하라 했을 때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제 방식대로,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게 재밌어요. 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해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요. 자그만 작품이지만 그림 하나 그릴 때의 그 과정을 보면 제가 이걸 어떻게 했는지 생각하게 돼요. 좀 신기한 게 있어요. 

소재가 좀 독특하다고 느껴졌어요.
일단 종이에서 차도가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쓰는 수채화 용지가 물감을 표면 위에 이렇게 그냥 바르는 느낌이라면 물감을 먹는 종이가 있더라고요. 그게 100% 면인데요. 동양화에서 쓰는 장지라는 종이가 있어요. 동양화는 굉장히 먹 번짐이 심하잖아요. 그래도 먹어버리거든요. 종이에 먹이 스며들고 그 위에 계속 덧칠하고 덧칠할 때 그 깊이감이 생기죠. 그런 기법이 수채화에도 있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수채화라고 하면 보통 맑고 깨끗한 느낌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아리쉬라는 종이가 동양화의 종이와 닮았다는 점이 저의 작업에 큰 장점이 됐어요. 수묵화에서 사용되는 갈필 이런 것도 충분히 지금 쓰고 있는 종이로도 제가 가지고 있는 배운 작은 기법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 굉장히 재밌어요. 

서양화와 동양화를 조금씩 가져와서 작업을 하시는 것처럼 보이는데 조금 더 듣고 싶어요.
서양화에서 수채화, 유화 이렇게 나뉘는 것처럼 동양화에서도 수묵화, 수묵 담채, 진채 이렇게 나뉘어요. 진채는 유화랑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속 덧칠할 수 있으니까요. 수채화는 수묵화, 수묵화를 할 때는 한 획으로 긋거나 또 수정이 안 되잖아요. 수채화도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수묵 진채 기법으로 덧칠을 하기도 하고요. 다 활용도가 있어요. 

제주라는 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시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일단 흙에 대해서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흙은 정말 생명이구나' 놀라워요. 시멘트 바닥에 씨를 떨어뜨리면 씨는 죽죠. 밭에는 씨가 떨어져도 죽지를 않아요. 그게 너무 신기해요. 정말 너무 신기해요. 그 씨 안에 모든 유전자가 들어 있다는 게 정말 정말 너무 신기해요. 저는 여기서 흙이 살아있구나, 씨가 생명이구나 이거를 정말 배웠어요. 피부를 느꼈죠. 깻잎 씨 같은 것들이 정말 작거든요. 진짜 너무 너무 재밌어요. 그런 씨앗이 싹을 틔우고 새순이 나는 그 과정이 정말 너무 재밌어요. 갑자기 농사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경험들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제 그림에도 다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df7f0e25bc107bcc8841f0dc11a52934_1669651537_1681.jpg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보면서 이야기를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다 출가했어요. 그리고 집에는 남편과 저와 강아지 개 세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어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 많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싶을 때까지, 하나님이 멈추라고 할 때까지 계속할 거예요.

Im say 에디터
NOV 28, 2022
작가의 예술적 영감이 궁금하시다면
구독하기
혹은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