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식물을 비롯해 제주도에서 구할 수 있는 염료를 가지고 천연 염색과 디자인을 이어가고 있는 장현승을 만나보았다.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20여 년을 보냈다. 우연한 기회로 천연 염색의 길을 들어섰으나 이제는 그 안에서 자신의 색을 구축하고 있었다.
작품 철학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금 하시는 작업들이 자연주의에 기반을 두고 하시는 것 같아요.
자연주의적인 미학을 확립하시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매염제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제주도에서 구할 수 있는 염료를 가지고 매염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색이 조금 깊은 색이 많이 나오죠. 개인적으로도 밝은 색보다 깊이 있는 색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철학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저는 화학적으로 얻어지는 매염제는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 색깔을 얻기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많이 겪었죠. 굉장히 많은 실수도 했고요. 제가 일본에서 배웠을 때하고 염료 자체가, 식물도 마찬가지고. 여러 면에서 일본의 식물하고 제주도의 식물은 굉장히 많은 차이점이 있어요. 또 같은 우리 나라지만 각 지방을 다니면서 염색도 해보고 했는데, 제주도 식물하고 다른 지방의 식물하고 또 색이 달라요. 매염제를 정확한 양을 쓰면 같은 색이 나올 수 있을는지 몰라도 매염제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제 방식대로 했을 때는 굉장히 차이점이 많았어요.
그만큼 뭔가 우여곡절이 많았겠네요.
많았죠. 많았죠.
비전공자로서 이 일에 도전하는 데 있어서는 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학교에서 배우진 않았지만 저를 가르쳐주신 스승님의 방법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매염제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천연 염료를 가지고 사용을 했고, 특히 발효를 많이 시켜서 사용을 하셨어요.
그럼 스승님한테 전수받은 기술들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시는 거네요.
그렇죠. 100% 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선생님은 선생님 나름의 방식이 있고, 제 작업의 기본은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다 나온 거죠. 그 후로 계속해서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리고 있죠. 염색을 해서 단순히 옷을 해 입는 것 이상의 어떤 예술적인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제주에서 나셔서 또 일본에 20년 가까이 지내신 후로 또다시 제주로 돌아오셨잖아요. 이렇게 거주지가 여러 번 바뀌고 여러 문화들을 경험하셨을 건데 그런 것들이 선생님의 작품 세계나 아니면 작업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굉장히 일본 스타일이었는데 좀 벗어나고 싶었어요. 나만의 것을 추구하고 싶었던 거죠. 제가 원래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또 그 시대에는 대체로 자연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잖아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했고요. 옷도 좋아했고 그런 것들이 밑받침이 되는 것 같아요. 그 배경 안에서 나만의 디자인을 추구해왔어요. 아까 얘기했듯이 굉장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딱 보면 '이건 장현승의 염색이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것이 있는 거죠.
본인만의 작품 세계관을 확립하셨다고 느꼈던 어떤 순간이 있으셨나요. 이제부터는 내가 이걸 내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하는.
그거는 어느 순간에 탁 얻어지는 게 아니라 차츰차츰 쌓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해야 되고 앞으로도 또 시행착오가 많을 수도 있는 거고 또 내 생각이 어느 순간에 또 다른 쪽으로 바뀔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부분을 그렇게 깊이 있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그때그때 이 염료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뿐이죠. 그렇게 계속 해나가면서 쌓이는 것 같아요.
방법론적인 부분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염색을 하시는 과정에서 네러티브나 아니면 주제나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시는지 아니면 우연에 의해서 어떠한 결과물을 얻어내시는 경우가 많으신가요?
목적을 갖고 하지 않으면 안 돼요.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뭐 아무렇게나 캔버스에 아무렇게나 그려나가지는 않죠. 자기 의도가 분명하게 있어야 되거든요. 그치만 천연 염색은 자연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게 100% 그대로 나오지는 않아요. 그대로 나오진 않지만 거의 근접할 수 있게끔 해요. '아 이걸 사용했을 때는 어떤 색이 나올 거야' 하는 식의 기대감도 있고 또는 지금까지 해오면서 여러 색을 추출해왔기 때문에 '아 이건 그 색이 나올 거야' 예상도 하죠. 그럼에도 색이 다를 수 있어요. 기대와 예상 사이에서 색을 찾아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색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굉장히 많다고 알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날씨라든지, 어떤 염료의 컨디션이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계시겠어요.
그렇죠. 그게 연륜이라는 거겠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날씨, 소재, 염료 이런 것만 가지고 색이 달라진다고도 생각하진 않아요. 색은 작가 자신의 마음, 그런 것에도 굉장히 많이 좌우되거든요. 여러 가지가 일치되어야 하죠.
선생님 작업 방식을 기사로 접했었는데 굉장히 오랜 공정을 거치는 걸로 알아요.
네. 전부 수작업이기 때문에. 수작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잖아요.
염료를 끓이고 식물을 물에 이렇게 담가놓고 또 가마솥도 사용하시더라고요.
가마솥을 사용하는 거는 이유가 있죠. 철 매염제를 대신해서 그 가마솥에서 나오는 철분을 이용하는 거죠.
아, 철 매염제가 어떤 역할을 하나 보네요.
그렇죠. 철 매염제를 따로 쓰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마솥을 이용하는 거죠.
그럼 가마솥에서 충분히 철분이 나오나봐요.
나오죠.
와 신기하네요. 그러면 염색을 하실 때 엄격하게 지키시는 본인만의 지침이 있으신가요.
아까 얘기했듯이 절대로 화학 성분이 들어간 염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또 가능하면 제주도의 내 주변에서 얻어지는 모든 재료를 이용해서 하자. 예를 들면 아까 얘기한 것처럼 철매염을 대신해서 가마솥을 이용한다든가 또 산을 지나다 보면 제주도에 난개발하는 데도 많고 개발하는 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절개지를 가보면 지층이 굉장히 심해요.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 다 있거든요. 거기에서 흙을 가져다가 매염제로 사용한다든가 하죠.
그러면 자연 염료에서 얻을 수 없는 색깔을 혹시 의도해서 만들고 싶을 때는 화학 염료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해보셨나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죠.
예를 들어서 화가라고 생각하면 팔레트가 한정돼 있는 그런 상황이신데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아쉬운 게 있기는 있죠. 밝은 색을 낼 때는 그냥 명반 같은 거를 사용해야 된다든가 그런 점은 있어요. 대신 저는 반복해서 여러 번 염료에 담갔다 뺐다 반복해요. 또 그래서 밝은 색을 많이 안 하죠.
좀 진한 색 위주로 하시는 군요. 색깔을 보면 좀 다른 톤들이 많이 섞여 있어도 하나같이 어우러지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행거에 걸려있는 옷들만 봐도 진짜 한 사람의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색깔이 되게 잘 어우러져 보이거든요.
그게 천연 염색의 맛이죠. 매력. 자연에서 얻었기 때문이죠.
그럼 작업을 하실 때 이제 이건 완성이 됐다라고 딱 점을 찍을 수 있는 선생님만의 어떤 경계가 있으실까요.
손으로 만지면서 보이는 색이 마음에 들 때는 거기에서 딱 중단하죠.
말리는 과정이나 아니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색깔이 변하기도 할 것 같아요.
변하죠. 근데 이제 경험에서 얻어지는 건데요. 거의 맞죠 이제는.
주제에 맞게 재료나 소재를 선택하시는 데 있어서 선생님만의 기준이나 노하우 같은 게 있으시면 조금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서 바다를 표현하고 싶다면 어떤 재료를 고르는지.
사실 제가 어렸을 때는 이 좋은 자연에 있으면서도 자연이 아름답다라든가 그런 건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죠. 근데 떠나 있다가 다시 들어왔을 때 그 무한한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너무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정말 차를 타고 운전을 하면서 김영 쪽 바닷가를 다니고 한라산 가까이까지 가서 막 공사판에 있는 그 흙들의 모양이라든가 식물의 모양을 다 둘러보고 가져다가 테스트해보고 그랬어요. 그런 과정에서 아 이것은 이랬구나 저것은 저랬구나 하면서 공부가 된 거죠. 자연스럽게.
좀 다른 얘긴데, 고향이 제주도시니까 제주도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장소도 궁금해요.
저는 김영의 바닷가를 좋아해요.
자주 가시나요?
자주 가죠. 뭐 예전에는 진짜 일주일이면 한 서너 번 갔는데 지금은 뭐 일주일에 한두 번. 그리고 매일 시간에 따라서 환경이 다르니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이제 작업을 안 하니까 중산간 더 위쪽으로 숲길 그런 데를 가서 본다든가 하죠. 그런 데서 많이 공부가 돼요.
여기 와산에는 오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연치 않게 왔어요. 우연치 않게 아는 사람의 소개로요. 뭐 제가 어렸을 때는 이런 동네가 있는 것조차도 몰랐죠. 그때는 정말 그야말로 깡촌이었기 때문에. 근데 지금은 많이 외지에서 사람들이 와서 살고 많이 달라지고 있죠 조금. 어떤 의미에서는 가슴 아픈 일일 수도 있어요. 환경이 너무 급격히 달라져 있기 때문에. 제가 초기에 여기 왔을 때만 해도 주변에 집이 하나도 없고 정말 수행자 같은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주변에 집들이 많이 생겨서 저로서는 별로 반가운 일은 아니죠.
여기 집을 자리 잡으실 때 주변의 어떤 환경이나 뭐 예를 들어서 염료로 쓰실 만한 재료들을 염두하고 오신 건 아니신가요?
그때만 하더라도 이쪽에 집들이 없었기 때문에 무한했죠. 지금은 여기에서 조금 더 차를 타고 올라가야 돼요. 그때는 뭐, 대단했죠.
제가 그냥 선생님 작업하시는 내용들만 들어봐도 익혀야 할 게 너무 많게 느껴지거든요. 예를 들어서 소재라든지 소재가 염색이 됐을 때 어떻게 바뀌는지
또 식물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색깔을 내는지 하는 것들이요. 이 방대한 양을 익히시는데 진짜 많은 수고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다 연륜이라는 거겠죠. 경험치에서 얻어지는 거기 때문에. (염색을 한지) 오래 됐잖아요. 하하.
너무 멋있습니다. 이제 향후 계획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화학 염료를 거부하시고 자연주의적인 작업을 하시잖아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난개발이나 우후죽순으로 이루어지는 개발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지금 환경 문제가 굉장히 커다란 주제가 되고 있잖아요.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뭐 제주도만이 아니죠.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는 중요하죠. 세상을 많이 산 우리 세대에서는 더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씩 전시를 하고 있어요. 제가 만든 옷들을 전시하고 천연 염색에 대한 홍보도 되죠. 돈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환경 문제의 측면에서 천연의 소중함, 자연의 소중함 이런 것들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다음 달에 또 전시가 있고요. 열심히 해야죠. 환경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그럼 그런 이슈들에 좀 많이 관심을 두고 계시겠네요.
그럼요. 저희들이 관심 갖지 않으면 누가 갖겠어요.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잖아요. 그래도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굉장히 다행인 일이긴 해요. 어릴 때부터 습관화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점점 젊은 친구들이 많이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희 세대는 물론 당연하게 관심을 갖고 해야 되는 일이죠.
맞아요. 의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되게 크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 옷들을 봤을 때는 자연에서 얻어진 소재이기 때문에 잘 썩고 또 오랫동안 입을 수 있고요.
이런 의미에서 되게 환경 문제에서 좋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있겠어요.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에는 특히 실크도 물론 조금씩 쓰고 있지만 가능하면 린넨 종류 삼배라든가 순수 린넨, 햄프 이런 종류 많이 쓰니까요. 나일론 성분이 들어있는 거는 천연 염색을 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런 부분도 굉장히 크게 염두에 두죠.
그러면 최근에 좀 관심을 두거나 아니면 공부하고 계시는 이슈나 그런 사항들이 있으시면 소개해주세요.
최근에 특별히 공부하는 건 아니고 이 작업을 하면서 쭉 염두에 두고 온 거는 정말 순수하게 천연이어야 된다는 거. 힘들죠. 많이 힘들죠. 오롯이 수작업이니까요. 이렇게 손에 뼈가 막 나올 정도로 일을 해야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뭐 크게 대수로운 일은 아니에요. 어차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여기에 미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 마음은 변함없이 이어가야겠죠.
선생님이 살아오신 세상을 생각해보면 여성으로서 어떠한 일들을 진취적으로 해내는 데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또 이런 일차원적인 노동이랄까요. 뭔가를 산에 가서 캐오고 염색을 하는 일은 많은 힘이 들어갈텐데 그런 점에서 어려움에 부딪혔던 경험도 있으실 것 같아요.
매번 어렵지만 저 같은 경우는 어떤 물질적인 목표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라 취미에서부터 시작해가지고 오늘까지 하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지났어요. 하다 보니까 좋아서, 더 좋아서 이렇게 쭉 이어져 왔기 때문에 크게 어렵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평소에는 손가락이 아프고 하다가도 작업을 할 때는 또 그런 생각 없이 하죠. 나이에 맞게 조금씩 조금씩 하죠. 뭐 죽는 날까지 할 것 같은데요?
이 일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 주변에 만류하시거나 아니면 반대로 도와주시거나 했던 분들도 계실까요.
주변에서 만류한 일은 없었고요. 제가 하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가르쳐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씩 조금씩 가르쳐주고 했죠. 또 지금은 제가 하는 작업으로 만들어진 원단을 이용해서 해외에 나가서 패션쇼를 하는 디자이너들이 몇 명 있어요. 거기에 제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해요. 국의선양을 하고 있구나 하고요.
지금 이야기 나온 김에 자연 염료를 통한 염색 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무한한 발전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지금 세계 명품사들이 천연 염색에 눈을 떠서 벌써 몇 년 전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죠. 대량 생산이 되는 게 아니니까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옷 이라는 점에서도 강점이 있고요. 나만의 것이잖아요. 앞으로는 굉장한 발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의상학이나 섬유학을 공부하는 젊은 분들도 천연 염색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이러니까요.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혹시 앞으로 계획이나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 같은 게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다음 달에 제가 전시를 해야 되니까 지금 한참 준비 중이고 또 이제 해외에 패션쇼 나갈 친구들이 주문해 놓은 컬러가 있기 때문에 그것도 조금 신경 써야 하고요. 매해 거의 그런 식으로 일년 내내 작업해서 한 번 전시하는 거에 또 중점을 두고 있고 그렇죠.
장기적인 계획도 궁금한데요.
의식 속에서 사는 날까지는 내가 이 작업을 계속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항상 디자인 공부도 해야 되고 여러 가지 색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하죠. 공부할 게 많죠.
철 매염제를 대신해 가마솥을 사용한다는 장현승은 자연 곳곳의 색으로부터 자신의 색을 찾는다.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이제는 충분히 색을 예상할 정도의 연륜이 쌓였지만 그는 계속해서 공부하기로 다짐한다. 디자인과 색 그리고 아마도 마음까지 공부할 것이다. 그의 말처럼 자연의 색을 빌려 염색하는 일에는 날씨나 소재, 염료 뿐만 아니라 작가의 마음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묻는 그가 찾아가는 색도 나날이 깊어질 것이다.